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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신, 양학선의 "양1,양2"

새벽아잘살자 2012. 8. 7. 15:08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도마의 신'으로 불리는 ‘세계랭킹 1위’ 양학선(20)이 높이 솟아올라 환상적인 비틀기로

금메달에 착지했다.

 

 

양학선은 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체조

도마결선(8명)에서 1·2차시기 평균 16.533점을 기록, 2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16.399점)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양학선의 ‘4초의 비행’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 도쿄 세계선수권에 이어 2012 런던올림픽

에서도 전 세계인을 열광케 하며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부터 매번 분루를 삼켜야했던 한국 체조가 양학선이라는 ‘도마의 신’을 앞세워

드디어 첫 금메달을 깨문 순간이다.

한국 체조는 이전까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8개(은4/동4) 수확했지만 금메달은 단 1개도 없었다.

한국 체조 역사상 9번째 메달을 사상 첫 금메달로 장식한 양학선은 도마에서는 1988 서울올림픽

박종훈(동메달),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유옥열(동메달),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의 여홍철(은메달)에

이어 4번째 올림픽 메달 주인공이 됐다.

역시 ‘양1(구름판 정면으로 밟고 공중 3바퀴 비틀기)' 이었다.

1차시기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7.4점짜리 초고난도 기술 'YANG Hak Seon(양1)'을 선보인

양학선은 착지에서 두세 발을 걸어 나갔다.

하지만 워낙 어려운, 누구도 할 수 없는 기술을 소화하고 내려온 양학선에게 심판진은 16.466점

으로 ‘화답’했다.

1차시기 점수가 다른 7명의 선수들 보다 높아 자신감을 충전한 양학선은 2차시기(16.600점)에서는

난도 7.0의 기술 '스카라 트리플'을 완벽하게 펼쳐 보였고, 착지하는 순간 금메달을 확신하고

코치진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양학선이 한국 체조가 그토록 염원했던 금메달을 깨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장의 기술 ‘양1’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양1’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여홍철의 '여2'를 응용해 반 바퀴를 더 돌아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 도는

것으로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에 'YANGHAKSEON(양학선)'이라는 명칭으로 공식 등재

되어 있다.

키 1m59의 '작은 거인' 양학선 이름을 따서 붙인 ‘양1’은 FIG 기술위원회로부터 "도마 역사상 가장

높은 난도의 기술"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올림픽 이전부터 체조 관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은

기술이다.

달리기와 도약, 회전속도의 3박자를 갖춘 양학선은 뛰어난 도약력과 회전으로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3회전을 성공시키며 양1을 집대성했다.

수만 번을 달리고 구르고 날아올라 완성한 그야말로 비장의 무기다.

"나만의 고난이도 기술을 지녀야 국제무대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양학선과 유옥렬-여홍철을

거치며 한(恨)이 맺힌 조성동(65) 현 대표팀 총감독 등이 빚은 신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양1’은 한국 체조, 특히 도마에서 내려오던 ‘잔혹사’를 비틀어 짜는 통쾌한 스토퍼 역할도

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한 유옥렬(39)과 여홍철(41)은 당대 최고의

‘도마 달인’으로 불렸지만 모두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치며 뜀틀을 잡고 안타까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유옥렬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전까지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하며 크나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신무기를 선보인 경쟁자에 밀려 동메달에 머물렀다.

기술 자체로 세계를 압도했던 여홍철은 더 안타까웠다. ‘양1’의 모태가 된, 공중에서만 900도를

도는 ‘여2’라는 신기술을 들고 올림픽에 나섰지만, 결승에서 하체가 무너지면서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양학선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배들이 기회를 못 잡고 금메달을 놓쳐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나도 2등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다. 다행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선배들이게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고의 기술과 기량을 보유한 이들이 금메달에 실패한 이후에도 한국 체조는 도마 외에도

2004 아테네올림픽 개인종합에서는 ‘양태영 오심 사건’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큰 아픔을 겪었다.

잘해도 보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아 더 안타까웠던 굴곡진 잔혹사를 안고 런던까지 온 한국 체조다.

구름판을 딛고 날아올라 도마를 짚고 공중 3회전이라는 환상적인 비틀기를 펼친 양학선의 ‘양1’ 덕에

한국체조는 분루가 아닌 기쁨의 눈물을 맛보며 잔혹사와 작별을 고했다.

 


‘양1 보다 반바퀴 더’ 양학선 기술은 어디까지.................[일간스포츠 손애성]

최고 난도인 7.4 기술의 양1은 기술점수에서 최대 0.4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낼 수 있는,

판도를 가를 수 있는 위력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이날 확인한 양1의 진정한 파워는 굳어있던 한국체조 잔혹사를 비틀어 짜 털어 버리고

어둡고 아프기만 했던 한국체조 미래에 굵은 금빛줄기를 선물했다는 것이다.

 

양학선은 7일(한국시간) 끝난 도마 결선 1차 시기에서 '양학선'을 시도했다. 착지하며 두 걸음

앞으로 나갔음에도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기본 점수(난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은메달을 딴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이 유이하게 난도 7.2의 기술을 시도했을 뿐 대부분은 7.0이하의

기술을 연기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양학선은 더 큰 무기를 준비 중이다. 기술 '양학선'은 국내에선 '양1'로 불린다.

양에 '1'이 붙었다는 것은 '양2'도 있다는 의미다. 양2는 양1에서 반바퀴, 180도를 더 돈다.

양학선은 지난해 연말부터 양2를 시도했지만, 올림픽에선 숙련도가 더 높은 양1으로 승부를 봤다.

양학선은 앞으로 양2를 계속 연마해 양1 처럼 국제체조연맹에 신기술로 등재할 계획이다.

대한체조협회의 한 관계자는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양1은 착지 할 때 도마를 등지고 서게 된다.

그런데 반 바퀴를 더 돌 경우 도마 쪽을 향해 착지를 할 수 있다. 선수들은 보통 도마를 향해 서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체조협회는 기술 등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양학선의 신기술은 모두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여2'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 교수가 1994년 선보인 '여2'는 공중에서 두 바퀴 반, 900도를 회전하는 기술이다.

난도 7.0으로 지금도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양1'은 '여2'에서 반 바퀴, '양2'는 '여2'에서 한 바퀴를 더 돈다.

양학선은 "공중 회전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 도대체 다들 뭐가 무섭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타고난 재주꾼이다. 더구나 양학선은 아직 약관인 20세에 불과하다.

양학선이 가는 길이 한국 체조의, 그리고 세계 체조의 새 길이다.